미국에는 엄밀히 말해 “변리사”라는 직업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변리사는 특허와 상표라는 일부 분야에 한하여 모든 법률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인데, 미국에는 그런 자격이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 지재권 특히 특허 분야에서 소송을 포함한 일체의 법무를 변리사에게 허용하고 있고, 변호사도 똑같은 업무를 할 수 있어 중복이 발생합니다.
기존 사법고시 체제에서는 이 중복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로스쿨 전에는 변호사들에게 돈벌이가 많았으니까, 결국 밥그릇 싸움” 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는 아닌듯 합니다.
변리사 vs. Patent Attorney
지재권 중 특히 발명특허는 이학이나 공학적 기반 없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이학/공학 전공자들이 사법고시를 패스하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당연히 특허 전문 변호사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러한 공백을 변리사가 메우고 있던 것이죠.
헌데 한국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학부에서 이학/공학 전공 후 로스쿨로 진학,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생겼고, 따라서 많은 변호사들이 지재권 분야에 진출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서, 변리사는 아직까지 사법고시에 상응하는 시험을 통해서 매년 적은 인원만 선발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인원이 급증한 변호사 업계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다고 느껴지는 변리사 업계에서 기회를 찾게 됩니다. 밥그릇 이야기가 여기서 나오죠.
딱히 해결방안은 아니겠지만, 미국의 예를 살펴보면 변리사법과 같이 별도 법은 없지만, 미국 특허청과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라고 할지라도 특허청에서 주관하는 자격검정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변호사가 이 시험을 통과하면 patent attorney (특허 변호사) 가 되고,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이 시험을 통과하면 patent agent (특허 대리인) 가 됩니다.
다만, 이는 당연히 특허청 업무(출원, 심사 등)에만 해당하고, 법원에서는 이 자격을 요구하거나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허 소송이라 할지라도 소송 관련 업무는 변호사만 수행할 수 있고, 이때 변호사 자격 외에 별도의 자격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꼭 특허 변호사가 아니라도 변호사라면 특허 소송을 대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patent agent 가 바로 변리사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변리사는 특허에 관해서는 소송 업무를 포함하여 모든 법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기 때문에, 특허청과의 업무에만 국한 되는 patent agent 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자격 vs. 역량
물론 이는 업무를 할 자격 내지는 권리(privilege)가 주어진다는 것이지, 실제 업무를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는 개인의 역량에 따릅니다. 다만, 확률적으로 변호사 중에 특허 업무를 모르는 경우는 많아도, 변리사 중에 특허 업무를 잘 모르는 경우는 드물겠죠.
미국에서는 비 특허 변호사가 특허 소송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특허 변호사가 아닌 변호사를 특허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변호사라면 누구든지 별도의 자격검정 없이 특허 업무를 시작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 특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변호사인지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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